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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윤 한미사이언스 대표 "바이오뱅크의 '동의보감' 만들 것"

2019.02.27

"한미약품그룹의 미래를 맞춤형 건강관리가 가능한 '라이프케어 융합서비스'에서 찾았다. 동양의학을 집대성한 '동의보감'처럼 바이오뱅크를 기반으로 빅데이터를 쌓고 노하우를 공유할 것이다."

임종윤 한미사이언스(한미약품그룹 지주사) 대표(사진)는 바이오기술(BT)과 정보기술(IT)을 융합한 맞춤형 치료를 한미약품그룹의 청사진으로 그리고 있다. 임 대표가 중국과 이탈리아에서 펼치고 있는 바이오뱅크 사업이 그 출발점이다.

바이오뱅크는 혈장과 조직, 세포, DNA 등 인체 유래물 전반에 대한 정보를 수집·보관·분양하는 인체자원은행으로, 여기에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하면 맞춤형 정밀 의학이 가능해진다.

"맞춤형 치료가 답"= 임 대표는 26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신약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은 많은 사람들에게 평균적으로 안전하고 효과 있는 약을 개발하기 위한 것이나 신약의 맹점이기도 하다"며 "정반대 개념인 맞춤형으로 가면 진료 하나하나가 곧 임상과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균적인 약(신약) 허가를 두고 증권가가 들썩이지만 일반 국민에게 희귀질환제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것이 중요하겠느냐"며 "모든 사람이 혜택을 볼 수 있는 산업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평균에 맞춘 치료보다는 개인의 정보를 기반으로 한 라이프케어 융합서비스로 나아가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옴니버스 디지털 헬스케어(옴니케어)'라 이름 붙였다.

임 대표는 "맞춤형 치료는 개인의 취향이나 건강 상태, 생활 패턴 등의 정보를 알아야 가능한 만큼 빅데이터가 핵심"이라며 "바이오뱅크를 통해 개인의 건강과 관련한 모든 데이터를 분석하고 그 노하우를 의료기관과 공유할 수 있는 클라우드 플랫폼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임 대표는 옴니케어를 동의보감에 빗댔다. 그는 "동의보감 서문을 보면 '왕께서 중국 의서는 별로 볼 만한 것이 없으니 여러 의서의 진수만을 모아 모든 의료인들이 기준을 삼도록 책을 편찬해야겠다'는 구절이 나온다"며 "이것이 곧 빅데이터를 통한 보건의료 통합 솔루션이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옴니케어도 동의보감처럼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쌓은 뒤 맞춤형 처방의 노하우를 의료기관과 공유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중국 베이징과 이탈리아 로마의 고급병원에서 썼던 맞춤형 처방의 진수를 모든 산모와 취약계층이 누릴 수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바이오뱅크 사업 출발…3월 로마서 임상 돌입= 이미 한미약품그룹 차원에서 관계사인 코리그룹을 통해 글로벌 빅데이터를 모으고 있다. 코리그룹은 지난해 로마가톨릭대·제멜리병원과 바이오뱅크인 '마더 앤 차일드 앤 비욘드'를 설립했다. 임신부와 태아의 마이크로바이옴(장내 미생물 유전정보)이 태아의 성장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출생 이후 신생아의 건강과 질병 예방을 위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이미 베이징에서는 산모를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됐고 다음 주 로마에서 시작된다.

임 대표는 "중국에서 정상인 산모 10명에게 5일 동안 산부인과, 소아과, 소화기내과, 영양학, 심리학과 전문의료진 5명이 붙어서 미슐랭급 음식과 심리상담 등 전방위적 처방을 했다"며 "병원 진료를 받을 정도의 심각한 변비 증상이 없어지거나 혈당 수치가 안정적으로 조절되는 사례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3월부터는 로마에서 5일 동안 산모에게 슈퍼푸드를 처방하며 그 변화를 지켜볼 것"이라며 "로마 임상이 끝난 뒤 한국과 미국에서도 임상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건강한 성인에게 매일 블루베리를 든 음료를 먹게 했더니 혈관 기능이 개선되고 혈압이 떨어지는 효과가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임 대표는 한 발 나아가 한미약품그룹의 기존 사업과의 접점도 찾았다. 그는 "한미약품은 맞춤형 처방 또는 정밀 처방 임상, 한미헬스케어는 IT와 의료기기, 병원정보솔루션, 오브맘 컴퍼니는 산모용 맞춤형 식품, 센트레오브맘(베이징 산후조리원)은 맞춤형 라이프케어 융합센터 등 한미약품그룹에 속한 기업이 컨소시엄 형태로 융합하는 모델"이라며 "산모와 아이를 시작으로 유망한 시장인 시니어 서비스로도 나아갈 것"이라고 자신했다.